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의 성문화의 특징은 남성과 남성의 성기 중심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문화나 시대의 가치관이 그렇듯이, 가치관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에는 기능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가치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새롭게 창조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성에 대한 특징을 알아보고 오늘날의 우리는 성에 대해서 어떠한 가치관을 가져야 할지를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①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적인 순결관
우리 나라의 성에 대한 가치관은 한마디로 이중적인 가치관이었다. 즉 남성에게 적용하는 것과 여성에게 적용하는 것이 달랐다. 흔히 쉽게 알 수 있는 데로
-여성에게는 결혼 전까지의 소위 성관계를 갖지 않는 순결을 요구해 왔으나 남성에게는 순결을 필수적인 것으로 요구하기는커녕, 성관계를 한번쯤은 해 보는 것을 권장하는 편이었다. 소위 남자들이 딱지를 떼지 않고 첫날밤을 맞이하면 수치로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자의 동정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었다.
-여성에게 순결을 요구하고 남성에게는 관대한 성에 대한 태도는 어느 문화권이나 어느 정도는 허용된 관행이었는데 그러한 태도가 우리 나라에서 좀 심하게 실행되고 있어왔고, 또한 그러한 태도는 오늘날에도 남녀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그 예로 1997년도 한총련 사건으로 데모 학생들이 연세대학교의 건물을 점령하고 남녀가 약 10여일간 혼숙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데모에 가담했던 남학생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다수의 남학생들은 그 곳에 참여했던 여학생과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남녀가 서로 무질서하게 잠을 자고 생활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최근에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의식 구조 조사에 의하면, 남자는 남자의 혼전관계가 결혼 조건에 중요하기 않다고 73%가 긍정적으로 답변한 반면에 여성은 자신의 순결이 중요하다고 약 70%가 답변을 하였다. 아직도 특히 한국의 남성들의 머리에는 여성에게는 순결을 요구하지만 남자는 괜찮다는 이중적인 성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청소년들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자신이 순결을 지키지 못했으면 상대방에게도 문제 삼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② 여성이 성을 즐기면 탕녀처럼 취급하고, 남성의 성욕 충족은 당연하게 여김
성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지배했던 사회가 우리의 사회였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의 문화권만의 특징은 아닌데, 예를 들면 회교의 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여성의 음핵을 잘라버리는 관습이 있었다. 여성이 성감을 느껴서 그 충족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자신의 부인이 도망을 가거나 바람을 피울까 두려워하는 동기에서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성이 성을 즐기면 탕녀니 옹녀니 하면서 부정적인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남성이 성욕이 강하면 변강쇠니 하면서 남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 이러한 태도는 고쳐야 하겠다. 남녀 모두 성에 대해서 성의 만족을 누릴 권리가 있고 생리적으로도 남성이나 여성이나 성의 만족을 느끼는 두뇌의 기관은 동일하다.


③ 처녀가 임신한 경우에 여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함
한국인의 이중적인 성관념은 처녀의 임신에서 잘 나타나있다. 임신이란 본래 남녀가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녀가 임신하면 집안을 망신시켰다고 해서 산모를 내쫓거나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였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미혼모가 임신을 하면 상대방의 남자나 남자의 부모가 아이의 양육비를 강제로 지불해야 하는 법이 통과되어 실시하고 있다.


④ 여성의 순결과 열녀를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식으로, 여성이 재혼하는 것을 되도록이면 못하도록 하였다.
남성이 자신의 부인을 위해서 수절을 한다고 '열부'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표창을 하거나 인정을 해서 장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여성의 재혼을 방지하거나 혼자서 사는 것을 장려하였다. 이제는 성을 한 쪽에서 소유하는 식이 아니고, 공유하고 삶을 위해서 풍부하게 사용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⑤ 여성의 순결을 목숨과 동등하게 여김 (은장도, 열녀문, 순장).
전통적으로 여성은 순결과 목숨을 바꾸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양반의 여성은 은장도를 항상 가지고 다녀서 강간을 당하거나 강제로 추행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면 목숨을 끊도록 하는 것을 미덕으로 하였던 것이다.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요즘에도 여성이 강제로 추행 당할 것을 염려해서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들이 보고되곤 하였다. 순결이란 말을 강간당하는 장면에서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순결을 위해서 목숨을 잃으면 순결을 보호할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여성들이 위급한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폭행과 후유증에 대한 단원에서 좀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